커피 생두(Green Bean)의 등급을 결정하는 기준은 생산 국가마다 상이하다. 에티오피아는 결점두(Defect)의 개수를 기준으로 G1, G2 등으로 나누고, 코스타리카는 재배 고도(SHB, HB)를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세계 3위의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Colombia)를 비롯해 브라질, 케냐 등 다수의 국가는 생두의 물리적 크기인 **’스크린 사이즈(Screen Size)’**를 등급 분류의 척도로 사용한다. 본 글에서는 스크린 사이즈의 정의와 측정 원리, 그리고 콜롬비아 커피의 양대 산맥인 **수프리모(Supremo)**와 **엑셀소(Excelso)**의 등급 결정 기준을 분석한다.

1. 스크린 사이즈(Screen Size)의 정의 및 측정 단위
스크린 사이즈란 타공된 금속 체(Sieve)를 통과하는 생두의 입자 크기를 의미한다. 국제 커피 업계에서 통용되는 스크린 사이즈의 기본 단위는 **1/64인치(inch)**다. 즉, ‘스크린 1’은 1/64인치(약 0.4mm)를 뜻한다.
등급 분류 작업은 서로 다른 구멍 크기를 가진 여러 개의 체를 수직으로 쌓아 놓고, 생두를 투입한 뒤 진동을 주어 크기별로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스크린 18: 18/64인치 (약 7.14mm)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남은 생두
- 스크린 17: 17/64인치 (약 6.75mm)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남은 생두
- 스크린 15: 15/64인치 (약 5.95mm)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남은 생두
숫자가 클수록 생두의 알이 굵고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스크린 사이즈가 클수록 높은 등급으로 거래된다.
2. 콜롬비아 커피의 등급 분류 체계: FNC 기준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 연합(FNC, Federación Nacional de Cafeteros de Colombia)은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스크린 사이즈에 따라 수출용 커피의 등급을 명확히 구분한다. 가장 대표적인 등급은 **수프리모(Supremo)**와 **엑셀소(Excelso)**다.
2-1. 수프리모 (Supremo)
콜롬비아 커피의 최상위 등급이다. 스크린 사이즈 17(6.75mm) 이상의 생두가 95%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 알이 매우 굵고 균일하며, 시각적으로도 풍성한 느낌을 준다. 로스팅 시 열을 고르게 받아 안정적인 향미를 표현하기 유리하다. 일부 프리미엄 라인에서는 스크린 18 이상만을 선별한 ‘수프리모 18’이 유통되기도 한다.
2-2. 엑셀소 (Excelso)
수프리모 다음 등급으로, 수출용 커피의 표준(Standard)이 되는 등급이다. 스크린 사이즈 14(5.55mm)에서 16(6.35mm) 사이의 생두가 주를 이룬다. 수프리모에 비해 알의 크기는 작지만, 향미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엑셀소 등급 안에서도 크기에 따라 EP(European Preparation, 스크린 15 이상)와 UG(U.S. Preparation, 스크린 14 이상)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3. 생두 크기와 향미(Cup Quality)의 상관관계
일반적으로 “생두가 클수록 맛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명제다.
- 크기의 이점: 같은 나무에서 자란 커피라면, 알이 굵은 생두가 영양분을 더 많이 흡수하여 당분과 유기산 함량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크기가 클수록 로스팅 시 타지 않고 내부까지 골고루 익히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 크기의 한계: 생두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밀도(Density)’**다. 에티오피아나 케냐의 고지대에서 생산된 커피는 알이 작아도(스크린 14~15) 밀도가 매우 높아 강렬한 향미를 뿜어낸다. 반면, 저지대에서 생산된 커피는 알은 크지만(스크린 18 이상) 밀도가 낮아 맛이 밋밋할 수 있다.
즉, 스크린 사이즈는 물리적인 분류 기준일 뿐, 절대적인 맛의 척도는 아니다. 콜롬비아 수프리모가 엑셀소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유는 맛의 우월함보다는 ‘크기의 균일성’과 ‘상품성(외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4. 로스팅 관점에서의 중요성: 균일성(Uniformity)
로스터에게 스크린 사이즈 분류는 맛 그 자체보다 ‘열역학적 균일성’ 때문에 중요하다. 크기가 제각각인 생두(Unsorted Bean)를 한 번에 로스팅하면, 작은 콩은 금방 타버리고 큰 콩은 덜 익는(Under-developed) 현상이 발생한다.
수프리모나 엑셀소처럼 철저하게 크기별로 분류된 생두를 사용하면, 로스팅 머신 내부에서 모든 콩이 동일한 속도로 열을 흡수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취(Off-flavor) 없는 깔끔한 커피를 생산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5. 결론
콜롬비아의 수프리모와 엑셀소 등급은 스크린 사이즈 17을 기준으로 나뉘는 물리적 분류 체계다. 이는 FNC가 주도하는 품질 관리의 일환으로,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균일한 규격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바리스타와 로스터는 등급 명칭에 현혹되지 않고, 각 등급이 가진 물리적 특성과 밀도를 고려하여 적절한 로스팅 프로파일을 설계해야 한다.